여러분은 혹시 살면서 한 번은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생각(이라고 쓰고 망상이라고 읽는다)하신 적이 있나요? 아니면 주변 사람 중 그렇게 생각한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보통 스스로가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나 요즘 뉴스에서 사람 죽는 걸 봐도 전혀 감흥이 없어.
내 친구 고양이가 죽었는데 전혀 슬프지가 않아.
재 정말 짜증 나지 않아? 난 저 녀석을 죽이는 상상을 수없이 했는데.
언뜻 들어보면 사이코패스가 생각하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자신이 사이코패스라는 증거일까요?
우선 사이코패스의 정의가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사이코패스는 반복적인 반사회적 행동과 공감 및 죄책감의 결여, 충동성, 자기중심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전통적인 성격 장애 분류이다. (출처: 위키백과)
위에 있는 뜻 만으로는 사이코패스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사이코패스의 특징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겠습니다. (로버트 헤어라는 캐나다 범죄 심리학자가 저술한 Without Conscience를 참조했습니다. 사이코패스 관련 서적입니다.)
사이코패스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1. 종종 위트 있고 말재주가 뛰어납니다. 사이코패스들은 상대방과 즐거운 대화를 무리 없이 할 수 있으며 남들로부터 호의감을 쉽게 얻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을 이미지를 좋게 포장하는데 능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견습생들이 교도소에서 처음 사이코패스를 만났는데 예상보다 훨씬 더 친근하고 매력적(charming)이어서 놀라는 일화가 있습니다.
2.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타인을 그저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쓰이는 한낱 도구로 인식합니다. 엄청난 나르시시스트입니다.
3. 권력에 욕심이 많고 타인을 지배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4.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에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5.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습니다. 실제로 사이코패스 살인마들과의 인터뷰를 보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이 어떻게 피해자를 죽였는지, 아니면 자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자랑하기도 합니다.
6.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합니다. 남이 지적을 해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내용을 수정하면서 진실처럼 보이게 노력합니다. 사이코패스들은 특히 "저는 충분히 반성했습니다",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입니다", "저를 믿어주세요" 등 형량을 낮추기 위한 거짓말을 자주 합니다.
7. 타인을 기만해서 이용하는 데 재능이 있습니다. 실제로 사이코패스들은 자존감이 낮거나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접근해서 도와주는 척을 하고 나중에 이용합니다.
8. 행동 통제력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자극을 받으면 쉽게 화를 냅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들이 낸 분노는 오래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9. 지속적으로 쾌락을 추구합니다. 실제로 사이코패스들 중에는 마약을 계속 피우는 이들이 있습니다. 물론 마약을 핀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사람이 사이코패스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10. 책임감이 없습니다.
11. 충동적입니다. 사이코패스들은 자신의 계획을 자주 바꾸며 미래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12.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특히 보상)에 엄청나게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마치 먹잇감을 노려보는 매의 눈과도 비슷합니다.
13.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위험을 알리는 신호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이러한 신호의 대표적인 표정입니다. 우리는 타인의 분노에 가득 찬 표정을 지으면 그가 폭력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재빠르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그 분노한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들은 위험 신호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행동을 더 쉽게 합니다.
14. 어릴 때부터 사이코패스의 특성이 보입니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일까 아니면 후천적일까?
제가 읽은 Psychopathy라는 책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유전적 요인이 40~60%를, 환경적 요인이 나머지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 어떤 구체적인 요인들이 사람을 사이코패스로 만드는지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로버트 헤어는 사이코패스로 의심되는 사람이 정말로 사이코패스인지 판단하기 위해 PCL-R (Hare Psychopathy Checklist - Revised)라는 심리 평가 도구를 고안했습니다.
원본 (영어 버전)
번역본 (한국어 버전)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친구의 애완동물의 죽음이 별로 슬프지 않다고, 그리고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람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보시다시피 위에 있는 두 표에는 사이코패스를 판별하는 기준 중 그렇게 생각하는 행동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끔찍한' 생각을 한다고 해서 자신이 사이코패스인가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테스트에서 30점 이상, 한국에서는 24점 이상 나오면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러나 로버트 헤어는 일반인 혼자서 이 체크리스트를 사용하지 말고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명확하게 말했습니다.
사이코패스에도 종류가 있다고?
사이코패스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성공적인 사이코패스(successful psychopaths)이고 다른 하나는 실패한 사이코패스입니다(unsuccessful psychopaths). 이 둘은 모두 PCL-R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이코패스입니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전자는 후자에 비해 자기 통제력, 의사 결정 능력, 그리고 집행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종종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얻기도 합니다. 성공적인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반사회적인 행동을 자주 하지만 더 계획적이고 덜 폭력적입니다.
그에 반해 실패한 사이코패스는 자기 통제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자주 폭력적으로 행동합니다. 이들은 보통 반복적으로 감금되고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uccessful Psychopath 와 Unsuccessful Psychopath는 제대로 번역했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지식 공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FBI 심리학 #2] 타인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라 (2) | 2021.09.17 |
---|---|
[FBI 심리학 #1] 미러링(Mirroring)이 답이다. (4) | 2021.09.14 |
대화하면서 서로 오해하는 이유? (2) | 2021.09.08 |
혐오 표현도 표현의 자유인가? (4) | 2021.09.07 |
표현의 자유가 왜 중요할까? (2) | 2021.09.05 |
댓글